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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노래방에선 ‘나도 가수다’

November 26, 2015

보도매체 : 한겨레



브이아르 영상을 찍고 있는 현장. 사진 이정국 기자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가상현실의 세계
 

가상현실(VR) 영상 발달로 엔터테인먼트 산업 큰 변화 예상…해외 유수 언론도 가상현실 영상 뉴스 잇따라 선보여

 

지난 21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모델 기획사 사무실에서 패션 잡지 <더블유 코리아>가 주최한 모델 선발 대회가 열렸다. 오디션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디오 캠코더와 디에스엘아르(DSLR·디지털 싱글렌즈 리플렉스·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 사이로 조그만 카메라가 여러 개 붙어 있는 특이한 촬영장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브이아르(VR·버추얼 리얼리티·가상현실) 영상 촬영을 위한 장치였다. 스포츠 활동 등을 촬영하는 이른바 ‘액션캠’으로 유명한 ‘고프로’의 소형 캠코더를 여러 개 이어 붙인 것으로, 360도 브이아르 촬영이 가능한 장치다.

 

찍는 방법도 다른 촬영장치와는 달랐다. 360도 어느 방향에서도 피사체를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 선다는 개념이 없다. 모델 지원자들의 대기 장소인 건물 옥상에서 촬영감독은 브이아르 촬영 장치를 세워놓고 모델들에게 “걸어주세요”라고 외쳤다. 모델들은 “어딜 보고 걸어야 해요?”라며 난감해했다. “그냥 아무렇게나 걸어도 됩니다”라고 말하자 모델들은 그제야 쭈뼛쭈뼛 걷기 시작했다. “어디서나 다 찍힌다”고 설명하자 지원자들은 신기해하며 카메라 근처로 몰려들었다.



이렇게 촬영된 영상은 그야말로 사람의 눈과 똑같은 시야각으로 영상을 재현한다. 모델들이 카메라 뒤로 사라지면 화면에서 같이 사라졌던 일반 영상과 달리, 안경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를 쓴 채 고개를 돌리거나 스마트폰 등을 뒤로 돌리면 모델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날 행사장의 브이아르 영상 연출을 맡은 전우열 벤타디멘션 대표는 “브이아르 영상은 일반 영상보다 훨씬 뛰어난 몰입감을 준다. 사람이 보는 시야각을 그대로 구현해준다”고 말했다.

 

보통 입체 영상이라 표현되는 3D 영상은 기본적으로 평면 영상에 입체감을 준 것이다. 입체감은 있지만 실제 같은 느낌을 주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2D 영상 위에서 구현되기 때문에 프레임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브이아르 영상은 사람이 쳐다보는 대로 영상이 따라온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브이아르이지만, 이미 시각적인 구현은 거의 완성 단계다. 우선 고프로 등 소형 촬영장치의 발달이 한몫했다. 소형이면서도 4K(3840×2160화소의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지원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특수 제작된 마운트에 이어 붙이는 것만으로도 360도 촬영이 가능하다. 최근 브이아르 영상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하자 고프로는 아예 카메라를 여러 대 붙여 브이아르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오디세이’나 ‘스페리컬’ 같은 브이아르 촬영 전용 제품들도 출시했다. 아직까진 후작업에 사람 손이 많이 간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된 영상들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오토파노’ 같은 편집 프로그램들이 나와 있지만,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 각 카메라가 담당하는 화각 사이 접점 부분의 미세한 조정은 사람이 손으로 해주어야 한다. 특히 카메라의 움직임이 많은 영상의 경우 손이 더욱 많이 간다. 사람 손길이 더 많이 닿을수록 영상이 실제 사람 눈으로 보는 것처럼 매끄럽게 보이기 때문에 완성도를 위해선 수작업 후보정이 필수다. 이를 ‘스티칭’ 작업이라 한다.브이아르 영상은 최근 3D 영상과 만나 더욱 현실감을 높이고 있다. 평면적 브이아르 영상에 입체감을 더한 것이다. 이럴 경우 진짜 사람 눈으로 보는 것과 차이가 없어진다. 오히려 사실보다 더 사실에 가까운 극사실주의 영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3D 촬영을 할 경우 영상의 정보량은 2배로 뛴다. 예를 들면 일반 브이아르 영상을 촬영할 때 고프로 액션캠 7대가 필요하지만, 3D로 가면 정확하게 2배인 14대가 필요하다. 3D 영상은 양쪽 눈에 각각 따로 영상을 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우열 대표는 “간단한 2D 브이아르 영상의 경우 후편집에 이틀 정도 걸리지만, 3D 브이아르 영상의 경우 1주일에서 2주일까지 걸린다”고 말했다.

 

영상 제작 뒤 보는 것도 쉽지는 않다. 일반인이 브이아르 영상을 제작했다 해도 이를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보려면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 각기 다른 화각의 영상을 붙였기 때문에 일반 화면으로 재생하면 아래위가 울퉁불퉁한 것처럼 보인다. 이를 평면 화면에 맞게 조절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만만찮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영상을 올리면 자동으로 설정을 잡아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브이아르 시장에 깃발을 꽂은 셈이다.

 

유튜브 앱에서 브이아르 영상을 검색하면, 국내 제작 콘텐츠로는 밤비노, 이엑스아이디(EXID), 스텔라 등 걸그룹의 뮤직비디오 등을 볼 수 있다. 최근 3D 브이아르 기술을 이용한 국내 단편영화 <타임 패러독스>도 유튜브에 공개됐다. 브이아르 장비를 생산하는 고프로, 삼성 등이 제작한 뉴욕 거리 풍경, 모터사이클 경기, 서핑 영상 등이 볼만하다. 장비 성능을 극대화해 입체감이 생생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구글플레이에서 ‘VR’를 검색하면 게임 등 영상 이외의 콘텐츠도 만날 수 있다.

브이아르가 가져올 산업적 효과는 엄청나다. 시장 전망치를 떠나 일대 혁명이 예상된다. 우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폭발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브이아르 영상 기획 업체인 오썸피아의 민문호 대표는 “요새 유행하는 실내 승마 게임의 경우 지금은 앞에 놓인 스크린을 보고 하는 식이다. 하지만 브이아르 영상과 만나면 실제 말에서 타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승마방이란 새로운 업종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피시방이나 노래방도 차원이 다르게 발전할 수 있다. 직접 적진에 들어가 총을 쏘거나, 콘서트장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산업적 측면을 떠나 군사 작전용 시뮬레이션, 의대생들의 의료 교육에도 활용되는 등 브이아르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해외 미디어들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5일 브이아르 뉴스를 제공하는 뉴스 애플리케이션 ‘엔와이티 브이아르’(NYT VR)를 출시했다.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비행기가 구호 물품을 떨어뜨리는 장면을 생생하게 담아낸 브이아르 영상을 볼 수 있다. 최근엔 파리 테러 관련 브이아르 영상도 올렸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지난 9일 ‘링컨센터 무대 뒤의 발레리나’라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브이아르 영상을 활용했다. 전통적인 미디어가 브이아르 영상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관건은 콘텐츠의 다양화다. 현재 브이아르로 생산되는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 상당수가 흥미 위주의 성인물이나 여성을 대상화한 콘텐츠여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미국에선 포르노 업체들이 브이아르 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고, 일부 게임업체도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줄임말)를 개발중이다. 민문호 대표는 “산업 초기이다 보니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가 주로 나오는 상황이지만, 본격적으로 브이아르 시장이 발전하면 다양한 콘텐츠가 나와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719137.html#csidxa0f663dbb49f123b178583530ebe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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